P2P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 전략
서비스는 계속해서 바뀐다. 개발자들은 프로그램을 꾸준히 변경한다. 온라인 게임이나, 서버를 쓰는 앱 처럼 서버와 클라이언트가 서로 통신하는 서비스는 업데이트 이후에도 문제 없이 통신할 수 있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. 업데이트에 실수가 있다면, 이전 버전의 클라이언트와 나중 버전의 서버가 만났을 때 예상치 못한 버그가 발생할 수 있다.
가장 간단한 업데이트 방법은 통신하는 양쪽의 프로그램을 끄고 전부 업데이트한 다음에 다시 켜는 방법이다. 나는 이전에 모바일 게임을 개발할 때 이 방법을 썼다. 모바일 게임 유저들은 대체로 최신의 클라이언트를 원하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버전업을 해도 큰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. 행여 서로 다른 버전의 유저들이 겪는 경험이 달라서 게임의 밸런스의 문제가 된다면 해당 문제가 더 큰 문제가 된다.
모바일 앱을 만들 때는 좀 더 보수적이었다. 많은 유저들이 지금 버전에 만족한다. 업데이트를 받으라고 유저를 강요하면, 원치 않은 상황에 앱을 못쓰게 되어서 유저들의 반발이 클 수 있다. 이 경우 통신을 하는 양 단이 이전 버전도 지원하면서 점진적으로 업데이트하게 했다. 코드에는 버전에 따른 if/else문이 들어가거나, API에 옵셔널한 추가적인 인자들이 지속적으로 추가되는 등 코드 관리에 부담이 생기는 방식이다.
p2p로 동작하는 블록체인은 업데이트할 때 신경써야할 부분이 더 많다. 먼저 무엇을 바꿀지 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.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프로그램의 업데이트를 반대할 수도 있다. 코드를 고치기 전, 무엇을 고칠 것이고, 그 영향이 어떻게 될 것인지 충분한 토의가 필요하다.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BIP와 EIP를 통해 변경 사항을 논의 밎 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.
프로그램을 수정했어도 바로 해당 사항을 적용할 수 없다.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노드를 돌리는 사람들, 수 많은 verifier들이 같이 버전업을 해주어야 한다. 만약 네트워크의 일부만 버전을 올리고 일부는 이전 버전을 쓴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. 새 버전을 쓰는 사람끼리 하나의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구성하고, 이전 버전을 쓰는 사람들끼리 이전 버전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된다.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모두가 싫어할 상황이다.
비트코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마이너들의 투표 시스템을 도입했다. 마이너들이 블록을 마이닝할 때 버전업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표시한다. 특정시간동안 찬성에 투표된 블록의 숫자가 충분하면 해당 변경사항이 적용된다. 2017년에 있었던 비트코인의 segwit 업데이트는 특정기간동안 마이너들의 95%가 찬성에 투표했을 때 실행되는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. 2017년 7월 조건을 만족시켜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segwit을 도입했다.
비트코인에서 변화를 도입하는 조건으로 마이너들의 투표를 쓰는 것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. 블록체인에서 마이너들의 해시파워 뿐 아니라 수많은 밸리데이터노드들의 참여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. 하지만 벨리데이터 노드들의 투표를 안전하게 처리할 방법이 없다. 블록체인의 네트워크를 업데이트 하는 해결책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다. 더 많은 사람들 논의하고, 더 많은 문제들이 터져서 하나 하나 해 나가면서 방법을 찾지 않을까.